우리는 지진이 발생한 직후, 땅이 흔들리는 것을 통해 그 존재를 인식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몸에 진동을 전달하는 것은 '지진파(Seismic wave)'다. 이 파동은 지구 내부를 타고 전달되며, 발생 위치와 전파 방식, 도달 시간 등을 바탕으로 지진의 세기와 진원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지진파는 단순한 직선 경로로만 이동하지 않는다. 때로는 휘어지고, 때로는 사라지며, 때로는 표면을 따라 굴절되어 이동한다. 도대체 이 지진파는 무엇이며, 왜 이런 복잡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걸까?
이번 편에서는 지진파의 종류, 전파 방식, 지각과 맨틀 내에서의 굴절 현상, 그리고 이를 통해 밝혀진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이어간다.
지진파란 무엇인가?
지진파란, 지진이 발생할 때 지하 암석이 갑작스럽게 움직이며 발생하는 탄성파를 말한다. 지구 내부 혹은 표면을 따라 전파되며, 인간이 감지하는 진동의 본질이다. 이 지진파는 전파 속도, 매질에 따라 이동 경로와 도달 시간에 차이가 발생하며, 그것이 바로 지진 탐지와 분석의 핵심 도구가 된다.
지진파의 기본 구분: P파, S파, 표면파
지진파는 크게 본진파(body wave)와 표면파(surface wave)로 나뉜다.
1. P파 (Primary wave, 압축파)
- 전달 방식: 매질을 따라 앞뒤로 진동 (종파)
- 전달 속도: 가장 빠르며, 약 6~13km/s
- 전파 매질: 고체, 액체, 기체 모두 통과 가능
- 특징: 진앙에 가장 먼저 도달, 비교적 진동이 약함
P파는 지진 발생 후 처음 감지되는 파동이며, 지진경보 시스템이 가장 먼저 감지하는 대상이다.
2. S파 (Secondary wave, 전단파)
- 전달 방식: 수직 진동 (횡파)
- 전달 속도: P파보다 느리며, 약 3~7km/s
- 전파 매질: 고체만 통과 가능 (액체는 불가)
- 특징: P파보다 진동이 크고,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큼
S파는 P파에 이어 도달하며, 건축물이나 지반에 강한 흔들림을 유발한다.
3. 표면파 (Surface wave)
- 종류: 러브파(Love wave), 레일리파(Rayleigh wave)
- 전달 매질: 지표면
- 전달 속도: 가장 느리나, 진폭은 가장 크다
- 특징: 가장 큰 피해를 유발, 진동 지속 시간 김
표면파는 P파, S파가 도달한 이후에 도착하지만, 체감 진동이 가장 크며 파괴력이 강하다.
지진파의 전파 경로는 왜 직선이 아닐까?
지진파는 단순히 '직선'으로 퍼지지 않는다. 이는 지구 내부가 균질한 물질로 채워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각 층의 밀도, 상태(고체/액체), 온도 차이 등에 따라 지진파는 굴절하거나 반사된다.
▪ 지진파의 굴절
지진파는 밀도가 높은 층을 만날 때 속도가 증가하거나 경로가 휘어진다. 이러한 굴절 현상은 지구 내부 구조 파악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P파는 외핵을 통과하며 속도가 달라지지만, S파는 외핵에서 완전히 차단된다. 이 덕분에 외핵이 액체 상태임이 입증되었다.
▪ 지진파의 반사
암석 경계면 등에서 지진파가 반사되기도 한다. 이 반사파는 지하 구조의 경계, 예컨대 지각과 맨틀의 경계(Moho 불연속면)를 식별하는 데 활용된다.
지진파 그림자대: S파가 사라지는 영역
S파는 고체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외핵(액체 상태)을 만나면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지구 반대편 특정 지역에서는 S파가 도달하지 않는 '그림자대(Shadow zone)'가 발생한다.
- S파 그림자대: 진앙으로부터 약 104°~180° 범위
- P파 그림자대: 약 104°~140° (속도 차이로 인해 굴절됨)
이러한 그림자대 분석은 지구 내부가 단일 덩어리가 아니라, 복잡한 층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왜 어떤 지진파는 강하게, 어떤 파는 약하게 느껴질까?
지진파는 매질의 성질에 따라 감쇠(감소)하거나 증폭된다.
- 연약 지반: 표면파가 증폭되며, 체감 진동이 매우 큼
- 단단한 암반: 파가 빠르게 통과하나, 진동은 약함
- 중첩 효과: 서로 다른 지진파가 합쳐지며 진폭이 증가하기도 함
따라서 동일한 규모의 지진이라도, 지반 구성이나 파의 종류에 따라 실제 피해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지진 조기경보는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P파가 도달한 직후 S파가 오기까지의 시간차(수초~수십 초)를 활용하면,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P파를 실시간 감지하고, S파 도달 이전에 경보를 울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 일본, 미국 등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철도 정지, 방송 경보, 스마트폰 알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지진파 분석은 지구 탐사의 열쇠
지진파의 복잡한 전파 방식은 단순한 진동 감지가 아닌, 지구 내부를 탐사하는 탐침 역할을 한다.
- 지구 중심부의 온도 추정
- 대륙 지각 두께 분석
- 석유, 광물 탐사에도 응용
이처럼 지진파는 과학자에게는 자연이 보내는 지하 통신 신호와도 같다.
파동을 알면 지진을 이해할 수 있다.
지진파는 지진 발생의 결과물이자, 지진과 지구 내부 구조를 해석할 수 있는 강력한 열쇠다. 단순히 "흔들렸다"는 결과만이 아니라, 왜 흔들렸는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를 알려주는 과학적 언어다.
P파, S파, 표면파 각각은 다른 성질을 가지며, 굴절, 반사, 흡수 등의 과정을 통해 지구의 비밀을 드러낸다. 이 파동의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지진을 탐지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지진파의 전파 원리를 파악했다면, 이제는 지구 깊은 곳에서 어떻게 지진이 '시작'되는지를 이해해야 할 차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단층, 그리고 응력 – 지진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는가?"를 주제로,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단층의 구조’와 ‘지하 응력의 축적과 해소 과정’을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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