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딛고 서 있는 이 땅 아래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지구 내부에서 무언가 거대한 에너지가 터져 나왔음을 느낀다. 하지만 정작 그 에너지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표면까지 도달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 해답은 바로 지구 내부의 구조에 있다. 이번 편에서는 지각, 맨틀, 핵으로 나뉘는 지구 내부의 층별 구성과 그 특성, 그리고 이 구조가 지진 발생과 어떤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본다.
지구의 단면을 그려보다: 대체 몇 겹일까?
지구는 겉보기엔 단순한 구형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지구 내부는 세 가지 주요 층, 즉 지각(crust), 맨틀(mantle), 핵(core)으로 나뉘며, 이들은 다시 세부적으로 더 복잡한 층으로 분류된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지각은 우리가 살고 있는 표층이며, 그 아래에는 점성이 높은 맨틀이, 가장 중심부에는 금속 성분이 주를 이루는 핵이 자리한다. 이 세 층은 조성(composition)과 상태(물리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구분되며, 지진파의 전파 속도 변화 등을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1. 지각(Crust) –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얇은 껍질
지각은 지구 전체 반지름(약 6,371km)에 비해 매우 얇다. 대륙지각은 평균 3070km 두께이며, 해양지각은 단지 510km에 불과하다. 이 얇은 껍질이 인간 활동의 무대이자 대부분의 지질학적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지각은 주로 규산염 광물로 이루어져 있고, 화강암(대륙지각)과 현무암(해양지각) 성분이 많다. 지각은 또한 지진 발생의 진원지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층 운동이나 판 경계에서의 마찰 에너지 축적은 대부분 이 지각층 내에서 일어난다.
지진의 약 85~90%는 지각 내에서 발생하는 천발지진으로, 피해가 크고 감지되기 쉬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2. 맨틀(Mantle) – 지구의 중간층, 끓고 있는 점성의 바다
지각 아래에는 약 2,900km 두께의 맨틀이 자리한다. 이는 지구 부피의 약 84%, 질량의 약 67%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크다. 맨틀은 고체이지만 고온과 고압 상태에서 매우 점성이 높고 유동적인 성질을 가진다. 맨틀의 상부는 비교적 단단하지만, 일부 구간은 암석이 느리게 흐를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다.
맨틀은 상부 맨틀(Upper mantle)과 하부 맨틀(Lower mantle)로 나뉘며, 특히 상부 맨틀의 일부는 아스타노스피어(Asthenosphere)라는 층으로 정의된다. 이곳은 열대류가 발생하여 판 운동과 지진의 원동력이 되는 장소다.
아스타노스피어는 판구조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판이 움직이거나 충돌할 때 이 유동층이 지진 에너지를 일부 흡수하거나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3. 핵(Core) – 지구의 중심, 철과 니켈의 용광로
맨틀 아래에는 지구 중심부인 핵(core)이 존재한다. 핵은 외핵(outer core)과 내핵(inner core)으로 나뉘는데, 그 구성은 대부분 철과 니켈이다.
- 외핵은 액체 상태이며, 두께는 약 2,200km에 달한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대류 운동은 지구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 내핵은 고체 상태로, 반지름 약 1,220km 정도이다. 중심부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도 높은 약 5,400℃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진파는 핵의 존재를 직접 보여주는 증거다. P파는 외핵을 통과하지만, S파는 액체 상태의 외핵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러한 성질 덕분에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졌다.
판구조론과 지진: 지구 내부 운동이 만든 외부 충격
지각과 상부 맨틀로 구성된 부분을 리소스피어(lithosphere)라고 한다. 이 리소스피어는 여러 개의 판(tectonic plates)으로 나뉘어 떠다니며, 아스타노스피어 위에서 움직인다. 이러한 판의 이동과 충돌, 분리, 전단 운동이 바로 지진을 유발하는 주요 메커니즘이다.
- 판 경계에서 축적된 에너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암석이 파괴되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 화산 활동 역시 맨틀의 상승류와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지진을 동반할 수 있다.
결국, 지진은 단순한 지표의 움직임이 아닌, 지구 내부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역동성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지진파로 본 지구 내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었나?
지구 내부는 직접 관찰할 수 없지만, 지진파의 속도와 경로를 분석하면 그 구조를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 P파는 고체와 액체를 모두 통과하지만,
- S파는 고체만 통과한다.
따라서 지진파가 특정 깊이에서 급격히 굴절되거나 멈추는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지각, 맨틀, 핵의 경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은 지진 단층 모델링, 위험 지역 예측, 원자력 탐지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결론: 내부를 이해해야 외부를 예측할 수 있다.
지진은 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구 내부의 구조와 에너지 흐름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진동과 균열은 지구가 내부에서 오랜 시간 축적한 에너지의 표면적 표현일 뿐이다.
지각은 우리가 느끼는 직접적인 진원지이며, 맨틀은 에너지의 저장소이자 전달자, 핵은 자기장의 원천으로 지구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지구 내부 구조의 이해는 지진 발생 메커니즘을 더 정교하게 파악하고, 향후 예측 기술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다음 편에서는 “지진파는 왜 굴절되고 사라질까? 지진파의 종류와 전파 원리”를 주제로, 지진 발생 후 퍼져나가는 에너지의 흐름, 그리고 그 움직임을 포착하는 과학의 세계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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