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학

지진 진도와 규모의 차이, 왜 두 가지로 나뉘는 걸까?

아침양갱 2025. 7. 2. 06:30

 

지진 관련 뉴스를 보면 “규모 6.2, 진도 5”처럼 두 개의 숫자가 함께 표기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이 두 용어는 혼란스럽게 느껴지곤 합니다.
겉보기엔 비슷한 의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지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진도’와 ‘규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개념의 차이, 실제 사례, 그리고 왜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지진 진도와 규모의 차이

 

규모란 무엇인가?

규모(Magnitude)는 지진 발생 시 지각 내부에서 방출된 에너지의 절대적인 양을 수치화한 것입니다.
지진의 "힘" 혹은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낸다고 보면 됩니다.

 

▪ 대표적인 규모 측정법

  • 리히터 규모(Richter Scale): 1935년에 개발된 가장 오래된 방식
  • 모멘트 규모(Moment Magnitude, Mw):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됨

이 중 모멘트 규모는 지진이 일어난 단층의 길이, 깊이, 미끄러진 거리 등을 바탕으로 계산됩니다.

 

▪ 규모 수치의 의미

규모는 로그 척도로 계산되며, 1이 증가할 때마다 방출 에너지는 약 32배 증가합니다.
즉, 규모 6.0 지진은 규모 5.0보다 32배 더 큰 에너지를 방출한 것이죠.

예시:
규모 5.0 = 소규모 지진 (건물 흔들림 정도)
규모 6.0 = 중규모 지진 (약한 피해 발생 가능)
규모 7.0 = 대규모 지진 (심각한 피해 유발 가능)

 

▪ 특징

  • 지진당 하나의 수치만 존재
  • 진앙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상관없이 일정
  • 지진 발생 즉시 자동 계산 가능

진도란 무엇인가?

진도(Intensity)는 지진이 특정 지역에서 얼마나 강하게 느껴졌는지를 나타냅니다.
즉, 사람과 건물, 지형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관측하는 체감 지표입니다.

 

▪ 진도는 지역마다 다르다

같은 지진이라도 진앙지에 가까운 지역은 진동이 강하게, 멀리 떨어진 지역은 약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지반의 종류, 건축물의 구조에 따라 흔들림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진도는 위치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예시:
포항 지진 당시, 포항은 진도 6, 서울은 진도 2 정도로 기록됨

 

▪ 진도 측정 기준

한국은 기상청 진도 계급(Ⅰ~Ⅸ)을 사용하며,
다음은 각 진도의 대표적 특징입니다.

진도설명
감지 불가
소수만 감지
실내 정지 상태에서 감지
많은 사람이 감지, 창문 흔들림
거의 모두 감지, 물체 움직임
구조물 일부 손상
벽 균열, 낙하물 다수 발생
Ⅷ~Ⅸ 건물 붕괴, 심각한 피해 발생 가능

같은 지진인데 진도는 왜 다를까?

진도는 다음 요소들에 따라 달라집니다.

  • 진앙과의 거리: 가까울수록 흔들림이 큼
  • 지하 깊이(진원 깊이): 얕을수록 지표면에 미치는 영향이 큼
  • 지반 종류: 단단한 암반보다 연약한 지반이 흔들림을 더 크게 전달
  • 건축물 특성: 내진 설계 여부에 따라 흔들림의 체감 차이 발생

예를 들어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은 서울에선 거의 감지되지 않았지만, 포항 시내는 진도 6 이상의 강한 흔들림을 경험했습니다. 반대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라도 해저 깊은 곳에서 발생하면 진도는 낮을 수 있습니다.

규모와 진도, 무엇이 더 중요할까?

둘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역할이 다릅니다.

  • 규모는 지진의 에너지, 즉 잠재적 파괴력을 알려주는 수치입니다.
  • 진도는 해당 지역에서 실제로 얼마나 흔들렸는지, 피해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규모 7.0의 지진이 바다 깊은 곳에서 발생하면 진도는 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규모 5.4라도 도심지 가까운 얕은 지하에서 발생하면 진도는 훨씬 더 높고 피해도 클 수 있죠.

따라서 지진 상황에서는 두 정보를 함께 확인해야 지진의 실제 위험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차이

▪ 2017년 포항 지진

  • 규모 5.4
  • 최대 진도 6
  • 내진 설계가 미비한 지역에서 발생해 다수 건물에 균열 발생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 규모 9.0
  • 일부 지역 진도 7 (일본 진도 기준)
  •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인해 사망자 약 2만 명, 경제적 피해 약 300조 원

두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진의 규모는 피해의 잠재성을 보여주지만, 실제 피해는 진도와 지역 조건에 더 크게 좌우됩니다.

왜 두 단위를 함께 사용할까?

지진 발생 시 언론이나 정부 기관은 일반 시민들에게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모”와 “진도”를 함께 언급하여 지진의 크기와 체감 정도를 동시에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두 용어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규모 6.0인데 왜 피해가 크지 않지?" 또는 "진도 4밖에 안 되는데 왜 건물이 흔들리지?"라는 혼란을 겪게 되죠. 이러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선 지진에 대한 기초 개념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정리하면?

  • 규모(Magnitude) = 지진이 얼마나 강했는가
  • 진도(Intensity) = 내가 얼마나 흔들렸는가
  • 규모는 단 하나, 진도는 지역마다 여러 개
  • 피해는 진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음
  • 정확한 판단을 위해 두 가지 수치를 모두 고려해야 함

지진 대응을 위한 이해

지진의 진도와 규모를 구분할 수 있다면, 뉴스를 볼 때도 단순한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보다 합리적인 판단과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 규모는 큰데 진도가 낮다면 → 큰 피해 가능성은 낮음
  • 규모는 작지만 진도가 높다면 → 주변 지역 즉각 대비 필요

이처럼 진도와 규모는 서로를 보완하는 지표입니다.
두 수치를 함께 이해하면, 지진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훨씬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규모’는 지진 자체의 크기, ‘진도’는 내가 얼마나 느꼈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입니다.
둘 다 지진을 이해하고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입니다.

지진은 언젠가 또 찾아올 수밖에 없는 자연현상입니다. 하지만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확한 이해와 준비된 대응입니다. 진도와 규모, 두 개념을 제대로 아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지진 발생 이후 사람과 도시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즉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 사례와 이차 피해의 종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지진 피해 사례, 인명·재산 피해는 어떻게 발생할까?"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