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에 쏟아진 ‘끝없는 지진’의 정체
2025년, 일본 가고시마현 남쪽에 위치한 도카라 열도에서 단 일주일 만에 1,500회가 넘는 지진이 관측되었다. 일부 지역은 하루에도 수백 번의 흔들림을 겪었고, 진도 4~5에 해당하는 체감 가능한 진동도 빈번히 발생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언론은 “대지진의 전조인가?”라며 연일 특집 보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현상은 기존의 대지진과는 다른 특성을 보였다. 큰 충격이 한 번 오는 것이 아니라, 중소 규모의 지진이 일정 지역에 몰려서 연달아 발생했다. 이처럼 동일 지역에서 짧은 기간 동안 수십, 수백 회의 지진이 발생하는 현상을 ‘지진 스웜(Swarm Earthquakes)’이라고 부른다. 지진 스웜은 여진과도, 전진과도 다르다. 그렇다면 도카라 열도를 휩쓴 이 수천 번의 지진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지진 스웜의 개념과 원인, 일반 지진과의 차이, 그리고 실제 사례와 대응 전략까지 살펴본다.
지진 스웜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지진은 하나의 큰 본진(mainshock)이 발생하고, 그 이후에 잔여 에너지를 방출하는 여진(aftershocks)이 뒤따르는 구조를 갖는다. 하지만 지진 스웜은 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진 스웜은 한 지역에서 비교적 유사한 규모의 지진이 단기간 내에 다수 발생하는 형태를 띤다. 대개는 지진의 규모가 작고, 특정한 주된 본진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도 불규칙한 진동을 보인다.
지진 스웜의 핵심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본진 없이 수많은 중소 규모 지진이 무리지어 발생
- 발생 시점이 비선형적이며 예측하기 어렵다
- 여진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고, 강한 지진이 언제 터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 단층보다 지각 내 유체(물, 마그마 등)의 이동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도카라 열도의 사례 – 전형적인 ‘스웜’의 양상
2025년 4월 이후, 도카라 열도의 아쿠세키섬과 스와노세섬 일대에서 일어난 지진은 시간당 수십 회를 넘어 하루 200회 이상 관측되는 날도 있었다. 일본 기상청은 이 지역에서 평균 진도 23, 최대 진도 45의 지진이 무더기로 감지되고 있으며, 일정한 패턴을 가지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지역의 단층 구조상, 단일 지진으로 에너지가 해소되기보다는 다수의 작은 균열이 지각 내에서 연쇄적으로 움직이면서 ‘스웜’ 형태로 전개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NIED)는 이 현상이 단순한 전진이나 여진 패턴이 아니라 ‘비정형적 단층 활동’과 ‘지하 유체 이동’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도카라 열도에서 발생한 200회 이상의 지진 스웜과 유사한 양상이었으며, 그때도 대형 본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반복적으로 스웜이 발생하는 지역은 향후 ‘응력 집중’에 의해 대형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일반 지진과 지진 스웜의 차이점
지진 스웜은 일반적인 지진군과는 성격상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아래 표는 두 현상의 주요 차이점을 정리한 것이다.
구분일반 지진지진 스웜
주요 구조 | 본진 + 여진 구조 | 본진 없이 유사 규모 지진 반복 |
발생 메커니즘 | 단층 파열 중심 | 유체 이동, 마그마 활동 가능성 |
시간 분포 | 본진 직후 여진 집중 | 불규칙하고 지속적 발생 |
예측 가능성 | 상대적으로 높음 | 예측 난이도 높음 |
위험 인식 | 대지진 후 위험 줄어듦 | 향후 대형 지진 가능성 존재 |
이처럼 지진 스웜은 단순한 지진 빈도의 문제를 넘어서, 지진 발생 메커니즘의 차이까지 시사하는 현상이다.
왜 지진 스웜은 발생하는가?
지진 스웜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래의 두 가지 요인과 관련이 깊다:
1. 지각 내 유체의 이동
마그마, 열수, 지하수 등의 유체가 지각 내부에서 이동하면서 암석의 압력을 변화시키고, 미세 균열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특히 화산 지대 주변에서는 이러한 유체 활동으로 인해 반복적인 지진 스웜이 자주 발생한다.
도카라 열도 또한 화산대에 인접한 지역이기 때문에, 마그마 상승 또는 수분의 열적 팽창으로 인한 미세한 단층 파열이 누적되어 지진 스웜으로 나타난 가능성이 있다.
2. 응력 분산과 지각 내 압력 조정
하나의 큰 단층이 아닌, 여러 지점에서 불균형하게 누적된 지각 응력이 작은 단층에서 분산될 경우, 여러 개의 작은 지진이 무리지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본진-여진 구조가 아닌, 분산형 응력 해소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외에도 대규모 공사, 광산 채굴, 수력발전소 주변에서의 지진 스웜 발생도 일부 보고되고 있어, 인위적 활동에 따른 지각 균열 가능성도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지진 스웜은 대지진의 전조인가?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지진 스웜이 반복되면 큰 지진이 오는 것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스웜은 대지진 없이 종료된다. 도카라 열도의 경우에도 2021년과 2025년 모두 수백~수천 회의 지진이 있었지만, 그로 인한 본격적인 대지진은 없었다.
그러나 예외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후에도 동해 연안에서 수백 회의 미소 지진이 감지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1995년 고베 대지진의 몇 달 전에도 지진 스웜에 가까운 진동 기록이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사례는 스웜이 장기적으로 단층 응력의 집중을 의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스웜은 대지진의 전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무시해서도 안 되는 지질학적 경고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진 스웜의 대응은 일반적인 지진 대응과는 다소 다르다. 단발적인 충격이 아닌 지속적인 진동과 예측 불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래는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주요 대응 전략이다:
- 반복되는 진동에 익숙해지지 말 것: 스웜이 장기화되면 경계심이 무뎌지기 쉽지만, 진동이 지속되면 위험 신호일 수 있다.
- 지진 대비 물품 지속 확보: 배터리, 생수, 비상식량 등 기본적인 생존 키트는 상시 준비해야 한다.
- 실시간 정보 모니터링: 기상청, 지질 연구소 등의 공식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경보 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 건물 구조 점검 및 대피 루트 숙지: 반복 진동으로 인한 구조 약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며, 대피 계획을 가족 단위로 세워두는 것이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도카라 열도에서 발생한 수천 회의 지진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우리가 지진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지진 스웜은 기존 지진 모델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패턴을 갖고 있으며, 특히 본진이 없다는 점에서 더 큰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그렇기에 지진 스웜을 단순히 ‘불안 요소’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스웜은 지각 내 변화가 외부로 드러나는 중요한 힌트이며, 향후 재난 예방의 과학적 기초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지진을 완전히 예측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징후를 더 정밀하게 감지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준비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도카라의 사례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도시와 건축은 어떻게 지진을 견디는가?”를 주제로, 내진 설계의 역사와 원리, 현대 도시 구조가 지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국가별 건축 기준과 재난 회복력까지 폭넓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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