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학

마그마와 지진, 서로 어떤 연관이 있을까?

아침양갱 2025. 7. 7. 23:00

지진과마그마

 

지각 아래의 뜨거운 에너지, 지진을 흔들다

 

지진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지각판의 충돌’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지진은 단층 활동이나 판 경계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지진(tectonic earthquake)이다. 그러나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은 그것만이 아니다.

지구 내부에서 솟아오르는 마그마(magma) 역시 지진을 유발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화산 지대나 지각이 얇은 지역에서는 마그마가 지진의 원인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이 두 가지 자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마그마와 지진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을까? 이 글에서는 마그마가 지진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화산과 지진 사이의 과학적 연관성, 그리고 이 둘이 함께 일어날 때 인류가 직면하는 위험과 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해본다.

 

마그마란 무엇인가?

 

마그마는 지각 아래, 맨틀과 하부 지각 사이의 고온 고압 환경에서 생성된 녹은 암석의 혼합물이다.
이는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고온의 광물 입자, 기체, 결정 조각들이 혼합된 복합물질로, 온도는 700~1300℃에 이른다.

마그마는 지구 내부의 열 에너지 순환에 의해 천천히 상승하며,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지각 틈을 따라 위로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지표 가까이에 도달하면 화산 분화를 일으키거나, 지진 활동을 동반하게 된다.

 

마그마가 지진을 일으키는 원리

 

마그마는 단순히 뜨거운 액체가 아니라, 압력과 체적을 가지는 물리적 존재이다. 이 마그마가 지각 내를 이동하거나 정체할 경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압력 증가에 의한 암석 파괴 (파열형 화산지진)

  • 마그마가 상승하면서 주변 암석에 압력을 가하게 되면, 결국 견디지 못한 암석이 깨지며 지진이 발생한다.
  • 이는 ‘파열형(brittle failure)’ 지진으로, 일반적인 단층지진과 유사한 방식으로 일어나지만 화산 내부 또는 인근에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그마 유동에 따른 진동 (진동형 화산지진)

  • 마그마가 관상 구조(다이크, 색) 속을 따라 이동하면서 마찰, 진동을 발생시킨다.
  • 마치 파이프 속의 유체가 요동치는 것과 유사하며, 주기적이고 낮은 주파수의 지진파를 발생시킨다.

가스 분출과 압력 변화

  • 마그마는 다양한 기체(수증기, 이산화탄소, 황산가스 등)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기체가 빠르게 팽창하거나 누출되면 내부 압력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지진을 유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지진을 통틀어 화산성 지진(volcanic earthquake)이라 부른다.

 

화산성 지진 vs 구조적 지진, 무엇이 다를까?

 

화산성 지진과 일반적인 지진은 발생 원인, 지진파의 특성, 진원 깊이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구분구조적 지진 (Tectonic)화산성 지진 (Volcanic)
발생 원인 지각판의 충돌, 단층 파열 마그마의 상승, 압력 변화
진원 깊이 대개 수 km ~ 수십 km 얕은 깊이 (수백 m ~ 5km 이내)
파형 특성 고주파, 충격형 저주파, 주기성 있음
지속 시간 수 초 ~ 수 분 수 분 ~ 수 시간 가능
피해 범위 넓고 강력함 국소적이나 화산 분화와 연결
 

화산성 지진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피해 범위도 국소적이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화산 분화가 훨씬 더 큰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

 

마그마와 지진의 대표적 연계 사례

전 세계적으로 마그마 활동과 지진이 함께 나타났던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중 몇 가지 대표적 사례를 통해 이 둘의 연관성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

아이슬란드 바르다르분가 화산 (2014)

  • 대규모 화산 분화가 있기 전, 수주에 걸쳐 2만 회 이상의 미소 지진이 발생했다.
  • 이는 마그마가 지각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며 단층을 자극했기 때문.
  • 화산 분화 후에도 수천 건의 지진이 지속되며 지각 구조 전체를 재편했다.

일본 구마모토 지진과 아소 화산 (2016)

  • 규슈 지역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인근 아소 화산에서 비정상적인 지하 마그마 활동이 감지되었다.
  • 지진과 화산 활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합적 지질현상으로 분석됨.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2018)

  • 마그마 저장소 붕괴와 함께 진도 6 이상의 지진 발생.
  • 이후 지하 마그마가 갑작스럽게 유출되며 용암 분출 본격화.
  • 화산과 지진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연쇄 반응을 일으킴.

이러한 사례들은 마그마와 지진이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인 지질 과정임을 잘 보여준다.

 

화산성 지진의 징후, 예측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마그마가 지각 내를 상승할 때, 그 움직임은 대부분 지진을 동반한다. 이 점은 화산 분화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된다.

  • 지진의 발생 위치, 깊이, 빈도 변화
  • 저주파 지진파 출현
  • 진앙 분포가 특정 방향으로 이동
  • 진동의 주기성과 규칙성

이러한 패턴을 분석하면 마그마의 이동 경로를 추정할 수 있으며, 분화 시점과 위치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화산성 지진만으로 정확한 분화 시점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그마가 상승하다가 멈추는 경우도 있고, 지진 없이도 분화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진, 지표 상승, 가스 배출량 변화, 온도 상승 등 복합 데이터가 함께 분석되어야 한다.

 

화산지대에서의 지진 대응, 무엇이 다를까?

 

화산지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일반적인 지진 대비 보다 다층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1. 화산지진 감시 시스템 구축
    → 지진계, 열영상, 가스 분석, 위성 GPS 등을 활용한 실시간 마그마 활동 감시
  2. 예방적 대피 계획 수립
    → 분화 또는 화산성 지진 전조가 있을 경우 주민 사전 대피
  3. 내화산 인프라 설계
    → 용암류, 화쇄류(화산재+암석) 등을 고려한 건축 기준 수립
  4. 지진-화산 연계 경보 체계 통합
    → 별개로 관리되던 화산 및 지진 경보 체계를 통합하여 민간 대응 강화

대표적 예로 일본의 화산 활동 예보기구는 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그마 상승 여부를 판단하며, 한국도 제주, 울릉 등 화산 잠재 지역에 감지망을 확대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마그마와 무관한가?

 

한국은 활화산이 없다는 이유로 마그마 활동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 흔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 울릉도와 독도 인근 해역의 지하에는 화산암과 마그마 잔류 흔적이 다수 발견됨
  • 백두산은 실제로도 2002~2005년 사이에 미소지진 수백 건과 지하 팽창 현상이 있었으며, 마그마계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는 곧, 한반도도 마그마 유발 지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며, 이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감시 체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결론: 지진의 이면에 존재하는 마그마의 흐름

 

마그마와 지진은 단지 우연히 공존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역학 작용 속에서, 이 둘은 원인과 결과의 고리를 형성하며 상호 작용한다.

지진을 단지 단층의 문제로만 이해한다면, 그 일부만 보는 셈이다. 마그마는 지진의 깊은 곳에서부터 끓고 있고, 그 흔들림은 결국 지표 위의 우리 삶을 바꿔놓는다.

지진과 마그마, 그리고 화산. 이 세 가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다음 지진에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출발점일지 모른다.

다음 글에서는 “도카라 열도, 1500회 지진 발생…‘지진 스웜’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최근 일본에서 이슈가 된 대규모 연속 지진 현상을 중심으로 ‘지진 스웜(Swarm Earthquakes)’의 정의, 발생 원인, 그리고 일반적인 지진과의 차이점까지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