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진 관련 뉴스를 볼 때 종종 “규모 6.5의 강진 발생”이라는 표현을 접하게 됩니다. 이때 말하는 ‘규모’는 지진의 크기를 뜻하는데, 과연 이 숫자는 어떤 방식으로 측정되는 걸까요? 그리고 규모 6.5와 7.0의 차이는 단지 숫자 0.5의 차이에 불과한 걸까요?
사실 지진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리히터 규모(Richter Scale)와 모멘트 규모(Moment Magnitude Scale)입니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용하는 원리와 정확도에 큰 차이가 있어요. 오늘은 이 두 규모의 차이를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지진의 ‘크기’와 ‘세기’, 무엇이 다를까?
먼저 간단한 구분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지진을 표현하는 단어 중 ‘규모’와 ‘진도’는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 지진의 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방출된 에너지의 양을 의미합니다.
- 지진의 진도: 사람이 실제로 느낀 흔들림의 정도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규모는 동일하더라도, 진앙지에서 가까운 지역은 진도가 높고, 먼 지역은 낮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 중에서 지진의 규모, 즉 에너지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리히터 규모: 고전적이지만 한계가 있는 방식
리히터 규모는 1935년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Charles F. Richter)가 개발한 방식으로, 당시에는 획기적인 측정법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지진파의 진폭과 진원의 깊이를 기반으로 지진의 크기를 계산합니다.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진앙에서 일정 거리(100km 기준) 떨어진 곳에서 측정된 진동을 기준으로 계산
- 숫자가 1 증가할수록 에너지는 약 32배 증가
- 간편하고 비교적 빠르게 측정할 수 있음
하지만 리히터 규모는 국지적인 지진에는 적합하지만,
지진이 너무 크거나 진원이 깊거나, 또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는 대형 지진의 경우에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멘트 규모: 현재의 표준 방식
그래서 1970년대 이후에는 ‘모멘트 규모’가 지진학계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 방식은 지진이 일어난 단층면의 크기, 단층의 이동 거리, 암석의 강도 등 물리적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에너지를 계산합니다.
모멘트 규모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초대형 지진까지 정확하게 측정 가능
- 전 세계 어디서든 비교가 가능
- 리히터 규모보다 수치상 일관성이 뛰어남
쉽게 말해, 리히터 규모가 지진파의 '겉모습'을 보고 계산한 것이라면, 모멘트 규모는 지진의 '본질적인 힘'을 분석한 방식입니다.
같은 지진인데 규모가 다르게 보도될 수도 있다?
네, 가능합니다. 실제로 규모 7.5의 지진이 리히터 방식으로는 7.6, 모멘트 방식으로는 7.4로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초기 보도에서 ‘규모 7.8의 지진’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모멘트 규모로는 7.6이었다’고 정정되는 경우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큰 차이처럼 느껴지지 않겠지만, 소수점 0.1의 차이만으로도 방출되는 에너지는 크게 달라지며, 건물의 손상, 지반의 변형, 해일 발생 가능성 등에도 영향을 줍니다.
리히터 규모는 이제 안 쓰이는 걸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일부 뉴스나 기사에서는 여전히 ‘리히터 규모’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모멘트 규모를 기준으로 지진의 크기를 발표합니다.
특히 한국기상청이나 일본기상청, 미국지질조사국(USGS) 등 주요 기관들은 모멘트 규모(Mw)를 공식 표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 모멘트 규모는 계산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기 때문에, 긴급 속보에서는 리히터 기반의 임시 규모를 먼저 발표하고, 이후 모멘트 규모로 정정하는 방식이 흔합니다.
숫자만 보면 안 되는 이유
리히터 규모든 모멘트 규모든, 우리가 숫자만 보고 지진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규모 6.5라도 진앙이 도심지와 가까우면 큰 피해를 주지만, 규모 7.5여도 해저 깊은 곳에서 발생하면 피해가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건물 구조, 토양 특성, 인구 밀도에 따라 피해 양상은 천차만별입니다. 규모는 지진의 '힘'일 뿐, 실제 위험은 그 이상의 요소가 결합해 결정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지진 규모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 읽기가 아닙니다. 리히터 규모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측정법이었고, 모멘트 규모는 현대 과학에 기반한 더욱 정밀한 방식입니다. 두 측정법의 차이를 알고 나면, 뉴스를 볼 때도 보다 정확한 시선으로 지진 정보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진이 일으키는 에너지의 크기를 배웠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자주 지진이 발생하고, 한반도가 과연 안전지대인지에 대해 알아볼 차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일까? 최근 발생 통계 분석" 주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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