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학

지진은 왜 소리처럼 들릴까? 진동이 아닌 청각 현상

아침양갱 2025. 7. 30. 07:01

지진

 

 

 

우리는 지진을 주로 “흔들림”으로 인식한다. 바닥이 출렁이고, 벽이 떨리며, 주변 사물이 흔들린다. 하지만 지진을 겪은 많은 이들은 “진동”뿐만 아니라 “소리”도 들었다고 말한다. “갑자기 땅 밑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어요.”, “지하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듯한 굉음이 들렸어요.” 이런 표현들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청각적인 경험이 수반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진이라는 지각 내 물리적 현상이 어떻게 사람의 귀에 ‘소리’로 들릴 수 있는 걸까? 이는 단순히 느껴지는 감각일까, 아니면 실제로 발생하는 물리적 음향일까?

이 글에서는 ‘지진 소리’ 현상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탐색하고, 우리가 왜 지진을 귀로도 인식하게 되는지, 그 메커니즘과 사례들을 풍부하게 살펴본다.

 

지진은 진동이지만, 파동은 다중 감각을 자극한다

 

지진은 지각 내에서 축적된 에너지가 갑작스럽게 방출될 때 발생한다. 이 에너지는 파동의 형태로 전파되며, 지면과 건축물, 심지어 대기를 통과하기도 한다. 특히 P파(Primary wave, 종파)는 고체, 액체, 기체를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압축파로, 사람에게 진동뿐 아니라 소리로도 인지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20Hz~20,000Hz. 지진파 대부분은 이 범위 아래의 초저주파대에 머물지만, 어떤 조건에서는 이 진동이 공명, 마찰, 충격 등으로 고주파로 변환되어 사람이 청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대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 따라서,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음향 에너지로 변환되어 귀에 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음향으로 변환되는 지진의 흔적

 

지진이 발생하면, 에너지는 지표면과 건축물, 인공 구조물 등 다양한 매질과 상호작용한다. 이때 지진파가 구조물의 고유 진동수와 맞아떨어지면 공진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들리는 소리로 변한다.

예를 들어, 지진파가 강철 구조물이나 콘크리트 기둥을 통과하면서 금속성 울림을 유발할 수 있다. 지하 공간, 지하철 터널, 공동구처럼 폐쇄된 공간에서는 공명 현상이 발생하며, 지진의 미세한 진동이 증폭된 소리로 바뀌기도 한다. 아래는 그 구체적 사례들이다.

  • 지하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은 지진 전 수 초 동안 “지하에서 들려오는 굉음”을 들었다고 증언한다.
  • 고층 건물 입주민들은 진동보다 먼저 "철골이 삐걱대는 소리"나 "기둥이 떨리는 소리"를 들은 경험이 많다.
  • 밤 시간대에 발생한 지진은 주변이 조용한 상태라 소음이 더 뚜렷하게 감지된다.
  • 단층면의 파열음은 짧은 충격파로 공기를 진동시키며, 마치 벼락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처럼 지진 소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성되며, 진동의 일부가 인간의 청각 범위로 변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심리적 착각이 아니다.

 

기록된 ‘지진의 소리’는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지진과 함께 발생하는 음향 신호에 주목해왔다. 특히 민감한 음향 센서(인프라사운드 마이크, 지하 마이크로폰)와 지진계를 통해 지진 소리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하고 있다.

  • 미국 유타주의 사막지대에서는 지진 발생과 동시에 지진파와 별도로 초저주파 음향이 기록된 바 있으며,
  • 핵실험 감시 시스템은 지하에서 발생한 진동뿐 아니라 고주파 음향 변화까지 추적해 지진인지 폭발인지 판별하는 데 활용된다.
  • 고속 샘플링 지진계를 통해 지진 발생 수 초 전후로 '위이잉' 혹은 '둥둥둥' 하는 저주파 음향이 지속적으로 수집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록들은 지진이 실제로 소리를 유발하며, 이를 데이터화하면 지진 감지 및 예측 보조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초저주파와 인간의 무의식적 반응

 

지진 소리의 또 다른 특이한 측면은, 인간이 ‘들었다’고 느끼는 경험 중 일부는 청각이 아닌 신체 감각기관에 의해 인지된다는 점이다. 특히 20Hz 이하의 초저주파(infrasound)는 인간의 귀로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 흉부, 복부, 내이 기관 등을 진동시켜 심리적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 지진 전 갑자기 불안해지거나, 귀가 먹먹해졌다는 증상은 초저주파 노출과 유사한 반응이다.
  • 일부는 머리가 띵하거나 공포감이 엄습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청각이 아닌 생리적 반응일 수 있다.
  • 이런 현상은 동물에게서도 나타나며, 지진 전에 짖거나 도망치거나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도 초저주파 감지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즉, 지진 소리는 단순히 귀로 듣는 차원을 넘어 신체 전체로 경험하는 복합적인 감각 현상이다.

 

‘지진이 들리는 순간’의 전세계 사례들

 

세계 여러 곳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에서는 유사한 ‘지진 소리’ 현상이 보고되었다. 그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 얕은 진원 깊이에서 발생한 지진일수록 소리가 크게 전달된다.
  • 지반이 단단한 암반일수록, 지진파의 감쇠가 적어 소리로 변환되기 쉽다.
  • 도심지에서는 건물과 인공 구조물의 공명 효과로 소리가 커진다.
  • 지진이 조용한 밤에 발생했을 때, 소리 인식이 뚜렷하게 보고된다.

대표 사례로는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2016년 경주 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이 있으며, 당시 시민들 다수는 “폭탄 터지는 소리 같았다”, “지하에서 울부짖는 듯한 소리”라고 묘사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지진은 조용히 발생한다’는 통념을 깨뜨리고, 지진 소리가 중요한 체감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 편에서는 “고대 문명은 지진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역사 속의 지진 인식”이라는 주제로 이어집니다. 고대 사회에서 지진은 어떤 존재였으며, 종교적 상징 혹은 자연현상으로 어떻게 기록되었는지를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