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파(P파·S파)의 특징과 이동 속도 비교
지각을 뚫고 오는 두 개의 경고음, 그 차이를 이해하다
지진이 발생하면 땅이 흔들리고,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며, 뉴스 속보가 연이어 쏟아진다. 하지만 그 모든 행동과 정보보다 먼저 지구 내부를 달려오는 것이 있다. 바로 지진파다.
지진파는 말 그대로 ‘지진의 진동이 파동 형태로 퍼져나가는 현상’이다. 지진의 진원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지각을 타고 이동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지진을 감지하고, 분석하고, 경고할 수 있게 된다.
이 지진파 중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는 P파(Primary wave)와 S파(Secondary wave)다.
두 파동은 진원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하지만, 성격도, 속도도, 파급력도 전혀 다르다.
이번 글에서는 P파와 S파의 차이를 중심으로 지진의 구조적 원리와 경보 시스템의 핵심을 하나씩 풀어본다.
지진이 일어나는 순간, 가장 먼저 발생하는 것
지진은 지하 암석이 오랜 시간 누적된 응력을 이기지 못하고 한순간에 미끄러지듯 어긋날 때 발생한다. 이때 생기는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진동이 발생하는데, 그 떨림이 지하 암반을 따라 파동의 형태로 전파된다.
우리가 흔히 “지진이 났다”고 느끼는 순간은 사실 이미 진원에서 수십~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까지이 파동이 도달한 뒤다.
즉, 지진 감지는 지진 자체보다 항상 늦다. 하지만 P파와 S파의 전파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두 파동 사이의 도착 시간 차이를 활용하면 지진의 규모, 위치, 그리고 피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P파: 가장 빠르지만 가장 약한 진동
P파는 영어로 Primary wave, 즉 ‘가장 먼저 오는 파동’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름처럼 지진이 발생한 직후 가장 먼저 도달하는 지진파이며, 속도가 빠르고, 전파 거리가 길다.
- 전달 속도: 평균 5~8km/s (지하 조건에 따라 다름)
- 전달 형태: 종파(Longitudinal wave) 입자들이 파동의 진행 방향으로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전달됨
- 도달 범위: 고체, 액체, 기체 모두 통과 가능
- 느껴지는 진동: ‘쿵’ 또는 ‘두두두’ 같은 약한 흔들림, 진동기처럼 울리는 느낌
P파는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이상한 진동’을 느낄 정도의 파동으로, 건물을 심하게 흔들거나 파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파동이 바로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의 핵심 열쇠가 된다.
P파는 빠르기 때문에, 보다 느리지만 훨씬 강한 S파가 도달하기 전에 수초에서 수십 초의 대응 시간을 제공한다.
S파: 느리지만 치명적인 진동
S파는 Secondary wave, 즉 ‘두 번째로 도달하는 파동’이다.
P파보다 느리지만 지표에 훨씬 강력한 진동을 일으킨다.
- 전달 속도: 평균 3~4.5km/s (P파보다 느림)
- 전달 형태: 횡파(Transverse wave) – 입자들이 파동의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진동함
- 도달 범위: 고체만 통과 가능 (액체, 기체는 통과 못 함)
- 느껴지는 진동: 좌우 혹은 상하로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느낌. ‘요동’ 또는 ‘뒤틀림’ 같은 충격
S파는 건물을 파괴하고, 도로를 갈라지게 하며,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공포를 주는 지진파다.
즉,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지진 피해’는 S파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S파는 P파보다 늦게 도달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시간차는 바로 ‘골든타임’을 의미한다.
P파와 S파의 시간차, 경보 시스템의 기회가 되다
지진 발생 시, P파가 먼저 도착하고, 그 뒤 몇 초~수십 초 뒤에 S파가 도달한다.
이 사이 시간은 짧게는 3초, 길게는 30초 정도 될 수 있다.
이 몇 초는 매우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수많은 행동을 가능케 하는 결정적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가능한 대응 예시는 다음과 같다.
- 고속열차 자동 정지 시스템 가동
- 엘리베이터 비상층 정차
- 공장 자동 정지 및 가스 차단
- 병원 수술 중단 경고
- 대피 방송 송출
- 시민들이 책상 아래로 숨거나, 벽 쪽으로 피신
이 모든 것은 P파를 감지한 즉시 신호를 보내고, 그보다 늦게 도달하는 S파가 도달하기 전에 대비하는 구조다.
즉, P파와 S파의 존재는 단순한 지질학 지식이 아니라, 재난 대응 시스템의 과학적 기반이다.
지각을 통과하는 경로도 다르다
P파와 S파는 지각과 맨틀, 핵 등 지구 내부를 통과하면서 그 구성 물질의 성질에 따라 속도와 방향을 달리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진파의 전파 경로를 분석하여 지진의 진원, 깊이, 단층의 방향 등을 유추할 수 있다.
- P파는 지구 핵도 통과할 수 있지만, 속도가 감소하며 굴절된다.
- S파는 액체 상태의 외핵을 통과하지 못하므로,
지구 반대편에서는 감지되지 않음.
이 ‘S파의 그림자 영역’은 지구 내부가 액체라는 증거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
즉, P파와 S파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지진뿐 아니라 지구 내부 구조의 탐사에도 필수적인 열쇠가 된다.
사례: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P파-S파 시간차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M9.0)은 역대급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되었으며, 쓰나미와 원전 사고까지 이어진 비극이었다. 그러나 이 때, 일본 기상청의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은 P파를 즉시 감지했고, 도쿄와 기타 대도시 지역에서는 약 10~20초 전에
경고 방송이 송출되었다.
이 시간 동안 지하철은 자동으로 멈췄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책상 아래로 피신했으며, 엘리베이터는 정지층으로 멈추는 등
수많은 조기 대응이 가능했다. 만약 P파를 감지하지 못했다면, S파의 강력한 진동이 도달했을 때 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 이걸 배워야 할까? 시민의 입장에서 본 지진파
많은 사람들이 지진파에 대해 '전문가만 알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P파와 S파의 개념을 알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실제적인 이점이 생긴다.
- ‘처음 흔들림이 약하면 괜찮겠지’라는 오해를 하지 않게 된다.
→ 약한 P파 뒤에 강한 S파가 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 경고방송이 나올 때, 그것이 S파 전에 도달한 경고인지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다.
- 직감적으로 ‘지금이 대피할 시간이다’를 인식할 수 있다.
- 내진 설계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즉, 지진파에 대한 이해는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력을 높여주는 과학적 교양이다.
마무리하며
지진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자연은 우리에게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
P파와 S파는 단지 진동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재난 속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어진 기회의 틈이다.
이 두 개의 파동을 구분하고, 그 특성과 시간차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과학은 결국 인간의 생존을 위한 도구다.
P파와 S파, 이 두 가지의 지진파는 그 과학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키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음 글에서는 “지진계는 어떻게 작동할까? 지진을 측정하는 과학의 정밀함”을 주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진동을 포착하는 지진계의 원리와 발전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